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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0 고은 선생님, 만났다!
'속수무책(束手無策)'. 『만인보』를 받아보고 엽서에 써보낸 소리였다.
그냥 법담 가락의 흉내가 아니었다. 『만인보』의 감동이 그의 인간에 대한 기왕의 공감과 겹치며
느낀 심사가 도무지 '속수무책'이었다. 애초에 고은을 겨뤄볼 대상으로 삼아서가 아니라 그의 초인적인
능력과 초인적인 정열과 초인적인 분방과 초인적인 성취에 어지럼증이 느껴질 지경이어서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항상 고은을 멀찍이 건너다보거나 쳐다보고만 있다.
여기 있는가 하면 저기서 웃고 있고, 덩달아 옷고 나면 한참 저기서 목청을 높이고 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이미 다른 말이 불을 뿜고 있다.
곁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없다. 말이 급하고 바쁠 때는 토막말로 징검다리만 놓으며
성큼성큼 건너뛰고, 거기다 술이라도 마셨을 때는 숫제 옆구리에 끼고 훨훨 날아간다.
고담준론일 때도 그렇지만, 가벼운 이야기일 때는 더한다. 그럴 때 나는 눈하고 귀는 물론이고
입이며 콧구멍까지 다 열어서 내맡겨놓고 그냥 손 개얹고 앉아 있을 뿐이다.
...
도대체 고은은 상상력도 엄청나지만 시적 식성은 더 무지막지하다.
소는 풀만 먹고 호랑이와 독수리는 짐승만 먹고 불가사리도 쇠붙이만 먹는데,
그는 풀이고 짐승이고 쇠붙이고 돌멩이고 통나무고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며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 그 잡식성으로 걸터듬은 먹이가 그의 역사적 상상력의 용광로에 들어가면
금반지도 되어 나오고 비단도 되어 나오고 화살도 화염병도 되어 나온다.
길가에 딍구는 조약돌이나 장독대에 구르는 낙엽이야 말할 것도 없고, 길바닥에 동전이라도
하나 떨어졌다 하면 그 임자와 돈의 내력을 좇아 그의 상상력은 구멍가게로 공장으로 임투현장으로
천방지축 앵앵 순식간에 이 땅 구석구석을 종횡으로 몇 바퀴 돌 터이다.
...
그의 기억력이나 상상력은 타고난 것이라 치더라도, 민족정신을 꿰뚫는 역사의식과
인생에 대한 통찰은 그냥 허두루 향성된 것이 아니다. 그 생애 자체가 끝없는 탐구와 모색과 번민과
모험으로 점철된 한 편의 흥미롭고 처절한 장편이며, 그의 문학과 현실적 행위로의 불 같은 실천은
모두가 생애를 건 엄중한 역사행위이고 그런 태도는 그의 기나긴 인생역정을 통해서 탄탄하게 형성된 것이다.

(송기숙)






언젠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분이라고 썼던 기억이 있는데,
그분.. 고은 선생님이 18일 우리학교에 나타나셨다! 얏호!








경기도국어교사모임에서 주최한 열정문학강좌가 우리학교 백남학술관에서 열렸는데,
오늘 그 문학강좌의 주인공이 바로 고은 선생님이시다. 강의하시기전에 중학생들에게 사인해주시는 중.





올해로 일흔여섯이시다. 외람된 말인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간지시다. 간지 그 자체시다. 오홀홀
면바지에 노타이셔츠. 짙은 곤색의 블레이저, 그리고 검은 뿔테까지.. 어쩜 저리 잘 어울리시는지...





선생님의 천진난만함과 특유의 장난끼는 너무도 유명한데,
오늘도 유감없이 사인을 받으러나온 학생들과 마이크 볼륨을 테스트하러 나온 불혹쯤 되어 보이는
관계자에게까지 거리낌없이 귀엽다는 듯 뒷통수를 후리셨다^^ 정말로 후리셨다. 근데도 다들 싱글벙글^^





갑자기 소주를 내어오라 하시더니 소주를 드셨고, 오분에 한번씩 '어디까지 얘기했지?' 하시면서
짧은 한시간 반여의 강의를 하시고는 사인을 받으러 책을 들고 길게 늘어선 줄이 다 멎을때까지 사인하셨다.




선생님은 단순히 한국의 시인만이 아니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가 그를 유력한 후보라 예상한다.
유년시절에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서 하나운 시인의 <하나운시초>를 우연히 줍고
그 시를 밤새도록 읽고 가슴이 찢어질 듯한 문학적 충격을 받은 뒤, 시인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불연듯 출가. 승려가 되셨고 시<폐결핵>이 친구 나병재작가의 추천과 조지훈시인의 천거로
한국시인협회 기간지 <현대시>에 소개되면서 등단하셨다.

이윽고 환속을 하시고 당대의 시인으로써 시대를 노래함과 동시에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민주화 운동에 시인 자신의 열정과 정열을 바치었다.






선생님은 오늘 달콤한 말로써 나를 감화하기보다 삶의 서사가 깊게 패인 주름 가득한 인자한 그 미소로

들뜨게 하셨다. 참말로 심장과 피가 들끓게 하셨다.


그리고 내게 말씀하셨다.

열심히 살아.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그래.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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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고은 선생님, 만났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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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수무책(束手無策)'. 『만인보』를 받아보고 엽서에 써보낸 소리였다.그냥 법담 가락의 흉내가 아니었다. 『만인보』의 감동이 그의 인간에 대한 기왕의 공감과 겹치며느낀 심사가 도무지 '속수무책'이었다. 애초에 고은을 겨뤄볼 대상으로 삼아서가 아니라 그의 초인적인능력과 초인적인 정열과 초인적인 분방과 초인적인 성취에 어지럼증이 느껴질 지경이어서 속수무책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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